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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하차,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후기

Tethi 2022. 9. 23.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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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전이 필요한 관계로 약 2주간 상하차, 물류센터 아르바이트를 했다. 처음엔 상하차와 물류센터가 동일한 곳인 줄 알았는데 우리가 생각하는 일반적인 상하차는 CJ, 한진, 로젠 같은 소비자가 직접 택배를 발송하고 택배 회사에서 상차, 하차, 분류 작업을 하는 곳이다. 물류 센터는 쿠팡, CJ 홈쇼핑처럼 자체적으로 판매하는 상품을 본인들의 창고에서 직접 출고해서 택배를 배송하는 방식이 있고 롯데 로지스틱스나 이마트, CU처럼 자체 지점들로 보내는 물건을 분류해서 출고하는 업체들이 있었다.

 

 

장지동 한진택배 - 오전 7시-오전 11시로 4시간 밖에 하지 않는 곳이었지만 5만원으로 페이가 좋았기에 제일 처음 시작했던 상하차 아르바이트. 출근하고 나서 어떤 차로 배치가 됐는데 나는 당연히 박스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최대한 박스들을 예쁘게 쌓으려고 했다. 그러자 같은 라인에서 일하던 나이 먹은 아저씨가 왜 이렇게 느리냐고 대충대충 쌓으라고 지랄을 하고 가더라. 기본적으로 3인 1팀으로 구성되는데 우리 팀은 나, 아저씨, 외국인 여자였다. 외국인 여자는 가만히 서서 상품의 바코드만 찍는 작업이었고 아저씨는 바코드 찍은 물품을 나한테 밀어줬다. 나는 그걸 혼자 쌓는 역할. 상하차 일이 처음이기도 했고 어느정도 까지 던지면서 쌓으면 박스가 손상되지 않는지 알 수 없어서 조심스럽게 일했는데 그게 아저씨 마음에 안들었던지 또 지랄하러 와서 같이 상차를 했다. 나도 이미 기분이 좆같아진 상황이었는데 둘이 상차하고 있는데 외국인 여자가 뒤에서 바코드만 찍고 쌓여있는 물건들을 전혀 밀어주지 않고 있는 꼬라지가 너무 좆같았다. 그래서 거기다 대고 욕을 2-3번 정도 박아주니까 이 아저씨와 외국인 여자애가 갑자기 사라졌다. 아마도 내가 또라이 새끼란 걸 감지한듯 하다. 그렇게 2시간 동안 상차하다가 다른 곳으로 불려가서 소분류 작업을 했는데 박스들이 더럽게 무겁더라. 아무튼 상하차 일하러 갔을 땐 만만하게 보이면 나만 손해라는 걸 깨닫게 된 하루였다.

 

 

롯데 로지스틱스 물류센터 - 다음으로 도전한 곳은 롯데 로지스틱스 물류센터였다. 이곳은 세븐 일레븐 편의점 지점에서 주문한 물건들을 출고해서 배송하는 곳이었고 나는 초보였기 때문에 송장을 다루지 못해서 남들이 쌓아놓은 카트를 지정된 번호에 따라 출구 쪽으로 밀어 놓는 작업을 하였다. 작업 자체는 카트만 밀고 다니면 되서 간단했지만 추석 연휴 기간이었기 때문에 평소보다 물량이 더 많았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예정 마감 시간이었던 10시를 지나서 11시까지 일했다. 문제는 차가 끊겨서 택시 타고 갔다... 이 곳의 단점이라면 구내 식당이 없어서 식사를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됐고 내가 일한 시간대가 되게 애매한 시간대라서 강제로 2시간을 점심, 저녁식사 + 휴식 시간으로 날렸다. 이것만 제외하면 꽤 편하게 일한 곳.

 

 

쿠팡 장지동 센터 HUB - 총 3차례 나갔는데 첫 날은 소분류? 작업 위주로 했고 마지막 날은 벌크라고 부르는 상하차 쪽 작업도 하게 됐다. 일반 택배 회사와 달리 쿠팡도 자체적인 박스 규격이 있다 보니 상차가 굉장히 쉬웠다. 전체적인 일 난이도는 낮은 편이었다. 하지만 가장 힘든 건 역시 가만히 서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쿠팡은 기본적으로 안전화를 무조건 착용해야 되기 때문에 평소보다 무거운 안전화를 신고 굉장히 딱딱한 쿠션을 감당해야 한다. 그래서 쿠팡만 갔다 오면 유독 무릎과 발바닥이 심하게 아팠다. 마지막 3번째로 갔을 땐 깔창을 구매해서 착용했더니 발바닥은 거의 대미지를 입지 않았지만 무릎은 여전히 괴로웠고 결국 발목과 무릎에 염증이 생겨서 일주일 정도 고생했다. 나처럼 유연성이 떨어져서 발목, 무릎이 좋지 않은 사람에겐 조금 힘들 수 있는 환경이다. 하지만 일의 난이도만 보면 최하라고 해도 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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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 CJ 오쇼핑 - 추석에 일할만한 곳이 몇 군데 없었는데 그 중에 한 군데였다. 이 곳도 쿠팡과 마찬가지로 직접 물건을 출고해서 배송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상차 난이도가 굉장히 쉬운 곳이었다. 그래도 복병은 있었는데 고양이 모래가 엄청나게 많이 나가더라. 이 당시만 해도 고양이 모래가 제일 짜증나는 품목일 거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물론 이 생각은 CJ 메가 허브를 가고 나서 완전히 바뀌었다. 진짜 무겁고 짜증나는 건 대형 락스, 세제 같은 액체류였다. 존나존나존나존나 무겁다... 아무튼 초보인 탓에 쉬운 작업 위주로 하긴 했지만 전체적으로 일의 난이도는 쉬운 편이었다. 중간 휴식 시간들도 있고 쿠팡과 달리 안전화를 신지 않았고 몸을 움직이는 작업들도 있었기에 더 편했다.

 

 

곤지암 CJ 메가허브 - 이번엔 가장 큰 택배 물류 센터라는 곤지암 CJ 메가 허브에 도전했다. 첫 날은 당연하게도 상차팀으로 배정 받았다. 남, 여, 나 3인 1조 구성이었는데 기본적인 시스템은 한 명이 15분씩 휴식을 취하고 한 명은 상차, 한 명은 물건을 정리해서 밀어주는 역할이었다. 한진 택배와 달리 기계가 자동으로 바코드 작업을 해주기 때문에 밀려 들어오는 물건들을 바코드가 보이게 뒤집어서 정렬하고 쭉 밀어주면 됐다. 근데 물량 자체가 어마어마 하다 보니 이 작업 조차도 장난이 아니었다. 오후 6시 30분 출근해서 아침 9시에 끝났는데 무려 14시간이나 작업을 했지만 일이 워낙 힘들고 휴식 시간을 길게 가져갔기 때문에 의외로 시간은 너무 빨리 지나갔다. 체감으로는 쿠팡의 9시간 보다 메가허브에서의 14시간이 훨씬 짧게 느껴질 정도. 내가 초보인 탓에 우리 라인에선 상차를 안했고 대신 옆 라인이 물건이 적은 대신 혼자 정렬하고 상차하는 라인이었는데 그 사람이 휴식 시간을 가질 때 내가 대신 맡아서 했다. 근데 물건 자체가 적으니까 우리 라인에서 물건 밀어주는 것 보다 훨씬 쉬운 개꿀 라인이었다; 어쨌든 빡세기도 했지만 시간이 워낙 빨리 지나가서 재미있게 일한 날이다.

 

두번째 간 날은 초보를 뜻하는 노란색 모자를 쓸 수 없었기에 상차 전용인 파란색 모자를 쓰고 들어갔다. 근데 갑자기 나를 불러세우더니 상차 배정 받은 거냐는 질문에 아니라고 답하니까 하얀색으로 모자 바꿔 쓰고 오라고 한다. 여기서 뭔가 좆됐다는 걸 감지했어야 한다. 하얀색 모자를 쓰고 끌려간 곳은 하차와 상차 중간 라인에서 물건들을 분류해주는 곳이었다. 뭔가 말만 들으면 개꿀 보직 같지만 실제로는 말도 안되는 물량들이 밀려 들어왔고 그걸 순간적으로 분류하면서 밀어줘야 했기 때문에 제일 힘들었다. 문제는 평소에 비해 인원이 부족한 날이어서 원래 신규 1명을 포함한 4인 1조로 돌아가는 곳인데 이 날은 나까지 신규 2명인 3인 1조로 돌아갔다고 한다. 당연히 일이 빡셀 수 밖에 없었고 휴식 시간 또한 초반엔 돌리기 어려울 정도였다. 어쨌든 일을 하다보니 내가 상대적으로 더 낫다는 평가를 받은 건지 앞에서 분류하는 역할을 맡겼고 그때부터 1시간에 10분씩 돌아가면서 휴식을 취하게 됐다. 하지만 새벽 4시쯤에 신규 1명이 갑자기 집으로 가버리는 상황 발생. 9시 정도에 일이 끝난다고 하는데 정말 눈앞이 깜깜해졌다. 그래도 이왕 돈 벌러 온 김에 끝까지 열심히 하자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문제는 같이 일하던 사람의 태도였는데 슬슬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난생 처음 일해보는 현장인데 나를 본인처럼 오랫동안 일한 사람으로 취급하는지 본인이 하는 말을 한 번에 못 알아 들으면 큰 소리로 짜증을 내기 시작했다. 회사 생활을 해보면 알지만 유능한 상사는 본인이 손 하나 까딱하지 않아도 시스템이 돌아갈 수 있도록 구축해 놓고 마무리 상태가 잘 되고 있는지만 체크해서 지적해준다. 근데 이 사람은 신규 하나 제대로 못 다루는 걸 보니까 평생 자기 몸 축내면서 돈 벌어야 되는 불쌍한 사람으로 보였다. 말투를 보면 조교 출신으로 보였고 나이도 어리던데 안타깝더라. 작업이 다 끝나고 관리자가 내일도 나올 생각 있냐고 묻자 절대 안 나온다고 말했다. 첫 날도 이렇게 쪼아 대는데 둘째 날 그 사람이 하는 말을 못 알아 들으면 병신, 장애인 취급할 것이 뻔히 보였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급전이 필요하거나 시간이 남을 때 한 번씩 가볼 생각이 있지만 곤지암 메가허브에서 하얀색 모자만은 절대 쓰지 않으리라.

 

 

여기까지가 약 3주간 경험해 본 상하차, 물류센터 아르바이트 후기였다. 다양한 곳을 가보면서 느낀 건 시스템이 잘 구축된 곳도 있었고 한편으론 머리가 멍청해서 몸이 고생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아무리 경력이 쌓인다 해도 사람의 역량이란 건 천차만별이고 회사간의 시스템 완성도 또한 천차만별이라서 꽤나 재밌는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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